학문하는 사람 가운데 자기 전공분야의 역사와 철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도 박사과정을 통하여 연구생활을 시작하면서 법철학, 법제사, 국가론, 헌정사 등의 기초학문분야에 관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헌법학의 시각에서 가장 가깝고 관련이 깊은 국가론의 문제를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하게 되었음은 최근 재편하여 출간된 「국가론」의 서문을 통하여 밝힌 바 있다. 또한 박사과정에서 한국헌정사를 수강한 이후 헌정사에 관한 관심이 사라진 적이 없었고,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한국헌정사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마치고 본격적인 학문생활을 시작한 1988년 이후 모든 연구방향과 내용이 필자의 계획대로 정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헌법규범이 효력을 발한 직후여서 그에 대한 해석의 요구가 많았고, 또한 헌법재판소의 출범에 따라 여러 결정에 대한 평석 등의 요구가 쏟아졌으며, 민주화의 열기가 높아 각종 사회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헌법적 가치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독자적 연구방향과 내용을 정하고 전개할 수 없었다. 특히 필자의 저서 「헌법학」의 서문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학문하는 자세에 있어서 국가와 사회의 현실개선에 이바지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였기 때문에, 눈앞에 전개되는 현실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연구방향과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필자가 가졌던 초기의 마음가짐대로만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주어진 상황 때문에 10여년의 필자의 연구내용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못하고 그때그때 주어진 것을 맡아 수행하는 것에 그치게 되었다. 그런데 학문생활 10년이 지난 1998년 필자의 연구생활에 중대한 전환점이 왔다. 그것은 1998년은 건국 50주년에 해당하는 해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많은 선배학자들이 우리 헌정 50주년을 기념하여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서 헌정사연구는 필자의 연구분야의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즉 앞에서 소개한 국가론의 분야, 한약분쟁 이후 계속하여 연구하고 있던 직업의 자유와 관련된 분야, 그리고 한국헌정사에 관한 분야를 3가지 주요 연구분야로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 헌정사연구를 주요 연구분야로 택한 이유는 헌정 40주년을 기념할 당시에 발표된 내용들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헌정사를 연구함에 있어서 일정한 틀, 다시 말해서 연구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은 결과 체계적인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즉 헌정사의 개념이 헌법사와 구별되지 못하고 있는 점, 헌정사의 시대구분이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헌법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하는 시대구분을 포기하거나 터무니없는 시대구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점,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평가의 문제에 있어서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이 필자를 자극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곧 흥분으로 바뀌면서 “한국헌정 50년을 어떻게 시대구분하고 평가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연구를 하여 발표하였다. 나름대로 헌정사의 연구방법을 정리하여 발표하며 헌정사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한편 필자는 헌정사의 연구방법론을 토대로 하여 한국헌정사를 시대구분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가운데 새로운 의문에 직면하였다. 헌정사연구에 있어서 건국헌법 이전의 한국헌정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전제해야 한다고 보아 이에 대한 연구를 마쳤으나, 건국헌법제정의 정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의문점에 직면하게 되었다. 상기한 연구방법론에 관한 내용과 실제 한국헌정사의 내용을 하나의 저서로 묶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한국헌정사를 연구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헌정사의 연구방법론」이라는 저서를 먼저 출간하기로 하였고, 그에 토대한 연구결과물인 한국헌정사의 내용은 시간을 두고 정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방향을 새로이 정했다. 결국 헌정사의 연구를 위한 연구방법론을 정리하다보니 최근까지의 자료를 보완하였지만 단행본으로 편집하기에는 분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러한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우리 헌정사에 대한 개괄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또한 2011년 1월부터 다시금 우리 실제헌정에 있어서 핵심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헌법개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아 포함시켰다. 헌정사연구는 지나간 헌정사에 대한 연구와 평가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핵심과제는 헌법규범과 실제헌정의 괴리현상을 토대로 헌법개정의 필요성 유무와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헌정사의 주제와 내용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배교수로부터 헌정사를 연구하면 할수록 평가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식하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질문을 받았다. 해방후 건국헌법의 제정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주로 연구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 그러한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해방전후의 역사적 사료를 찾아 당시의 헌정에 대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정리하려는 입장을 견지하는 한, 한국헌정사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에 있어서의 연구방법론이 논의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저서는 이미 10여년전에 연구하여 발표한 내용을 보완하여 선배교수로서 후배교수에게 주는 답변이기도 하다. 어느 학문분야이든 그 학문분야에 대한 연구방법론을 처음으로 제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혹시 오류에 기인한 것은 아닌가 계속 의심하며 확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관련학자들이 어떻게 평가할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진땀이 난다. 그렇지만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크나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대다수 학자들에 의하여 오류 내지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헌정사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기쁨은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더할나위 없는 기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