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제통상은 더 이상 상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관세, 통관절차, 수입제한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현대의 통상정책은 외국인 투자, 산업보조금, 기술, 디지털무역, 환경규제, 탄소국경조치, 경제안보, 공급망 회복력 및 수출통제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경제관계가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국제통상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이론 뿐만 아니라 제도와 규범, 정책수단 및 그 실무적 적용을 함께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선적으로 한국에서 국제무역, 국제통상, 국제경영 및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집필하였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국제통상정책을 공부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경제적·법적 개념을 이해하는 동시에 다른 언어로 사용되는 전문용어까지 학습해야 한다는 이중의 어려움을 수반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서는 주요 개념과 설명을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개념의 학문적 의미를 영어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대학, 정부기관 및 무역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한국어 전문용어에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본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와 강사를 위한 교재이기도 하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강의에서는 동일한 개념이라도 학생들의 교육적·언어적·제도적 배경에 따라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관세, 원산지규정, 보조금, 세이프가드 또는 수출통제와 같은 개념은 정의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정책목적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이해는 학생의 모국과 기존 학습경험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본서의 이중언어 구성은 교수자에게 강의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공통된 개념과 전문용어의 틀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본서는 단순히 정의와 이론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하나의 교수·학습 체계가 되도록 구성하였다. 각 PART에서는 핵심개념과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이론적·제도적 기초를 설명한 후, 최근 사례, 비교문제, 삽화, 실무학습 활동, 토론주제 및 복습문제를 통해 내용을 실제 상황과 연결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이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단계에서 출발하여 “왜 사용하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더 나아가 “특정한 경제적·전략적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본서의 중요한 목적이다.
특히 본서는 국제통상정책의 변화하는 성격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전통적인 통상정책은 주로 관세, 수입할당, 통관절차 및 기타 국경조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대의 통상정책은 산업전략, 기술경쟁, 기후정책, 디지털 규제, 국가안보 및 글로벌 공급망과 점차 긴밀하게 결합되고 있다. 따라서 본서는 통상정책을 개방성, 효율성, 경쟁력, 회복력 및 안보라는 여러 목표 사이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역동적인 정책분야로 접근한다.
본서 전반에 수록된 삽화와 그림 요약도 동일한 교육적 목적을 갖는다. 국제통상정책은 여러 경제주체, 규범, 제도 및 정책효과 사이의 관계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글만으로는 그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그림 요약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정책문제의 구조를 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각 주제의 학습을 마친 후 주요 개념을 다시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시각자료는 다언어 강의환경에서 교수자가 복잡한 정책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서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대학의 학습내용을 실제 통상정책 의사결정과 연결하는 데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정책수단의 명칭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정책수단의 편익과 비용을 비교하고, 영향을 받는 산업과 경제주체를 파악하며, 법적·제도적 제약을 검토하고, 가능한 정책수단의 조합을 생각하도록 구성하였다. 원산지규정, 무역구제, 지역무역협정, 산업보조금, 탄소국경조치, 경제안보 및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된 실무학습 활동도 이러한 응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서는 무역제도와 통상전략을 기획하거나 검토하는 정부기관의 공무원, 통상관련 공공기관 실무자 및 관련 업무 종사자가 활용할 수 있는 간편한 참고서로서의 기능도 염두에 두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무역지원제도, 수입관리조치, FTA 활용제도, 산업지원정책, 공급망전략 또는 기타 통상관련 제도를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부개입이 가능한가를 판단하는 데 있지 않다.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정책수단이 적절한지, 예상되는 편익과 비용은 무엇인지, 어떤 이해관계자가 영향을 받는지, 국제규범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행정적으로 실행 가능한지,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본서에서 제시하는 분석틀과 정책수단의 분류는 이러한 실무적 검토를 위한 편리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정책에는 모든 국가, 모든 산업, 모든 시기에 동일하게 적합한 하나의 정책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는 다른 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고, 보조금은 기술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재정부담이나 국제통상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수출통제는 안보를 강화하는 반면 기업의 상업적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시장개방은 효율성을 높이지만 외부충격에 대한 노출을 확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유무역과 정부개입을 단순한 대립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 정부개입이 정당화되는지, 어떤 정책수단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정책의 전체적인 편익이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초과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본서를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제통상정책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강의환경과 실무현장에서 자신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전문용어와 분석능력을 함께 갖추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교수와 강사에게는 이중언어를 활용한 국제적 강의를 구성하는 데 유용한 교재가 되고, 정책담당자와 실무자에게는 통상정책의 대안을 검토하고 실질적인 무역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손쉽게 참고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본서는 이론과 실무, 영어와 한국어, 대학의 학습과 정책현장의 적용을 연결하고자 한다. 이 책이 학생들에게 국제통상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교수자에게는 외국인 유학생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데 도움을 주며, 실무자에게는 현실의 통상정책 문제를 검토하는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공할 수 있다면 본서를 집필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